우리나라 전통 발효 음식 중 하나인 청국장은 강한 맛과 향 때문에 외국인은 물로 한국인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고소하고 깊은 맛을 한번 알게 되면 중독성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청국장이 먹고 싶어 공주 공산성 앞에 있는 '원진노기순청국장' 식당을 다녀왔다.
원진 노기순 청국장 식당은 국산 콩으로 담근 구수한 청국장으로 공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다.
줄서서 먹는 맛집 답게 오픈 시간인 11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 도착했는데도 식당 앞 작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
다행히 식당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용 주차장 두 곳이(무료 주차) 있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왔다 갈 정도의 맛집이라 그런지 '백년가게', 한식 대첩 충남 고수의 집' 등을 알리는 현판과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와 건강한 먹거리 문화 조성을 위해 알고 먹으면 더 건강한 로컬푸드 인증식당인 ‘미더유’, 와 '공주시 으뜸맛집' 으로 선정된 곳 중 5년 연속 맛집에 선정되고 현장 심사 점수가 우수한 식당에 수여하는 '명예의 전당'으로도 선정되었다는 현판이 붙어있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2005년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된 국내 맛집 가이드북으로, 일반인 및 전문가 평가단의 평가에 따라 리본 개수의 차등을 두어 맛집을 선정한다고 하는데, 숫자로 맛집을 표시하는 블루리본이 무려 다섯 개나 붙어 있다.
주말에는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려 대기줄이 생긴다고 하는데 일찍간 덕분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바로 식당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면으론 주방, 왼쪽으로는 입식 테이블, 오른쪽으론 좌식 테이블이 있는데, 밖에서 기다리지 않을 뿐 이른 점심 시간임에도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 빈자리가 나길 기다려야했다.
콩을 삶아 소쿠리에 짚을 깔고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그 속에서 콩을 발효 시키면 쿰쿰한 냄새가 나고, 그것을 장으로 끓이면 꼬리꼬리한 특유의 냄새가 더해지기 때문에 아예 청국장을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청국장 전문점이니 당연히 냄새가 풍겨올 것이라 생각을 하고 차에 겉 옷을 두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냄새가 거의 없다.
원진노기순청국장은 서울에서 갈비집을 할 때 사용하던 원진이란 상호명과 어머니 성함을 따서 만든 것으로, 2015년 공주에 원진노기순청국장가게를 개업했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도 워낙 유명했던 가게 였고, 어머니 솜씨가 좋아 정치인을 비롯해 다녀간 연예인들이 많고 현직 대통령이 대선 마지막 공주 유세 때 한번, 올 4월에 또 한번 방문했다고 한다.(그래서 대통령이 또 온집...^^)
소갈비, 돼지갈비, 김치짜글이, 한우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대표메뉴인 청국장 정식(공기밥은 13,000원, 솥밥은 15,000원)으로 주문을 하면, 손님이 많은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먹음직스런 밑반찬들이 나온다.
밑반찬이 나오고 10여분 정도 기다린 끝에 청국장과 솥밥, 그리고 수육과 코다리찜이 나온다.
반찬 수를 세어보니 청국장 정식 답게 12첩 반상이다.
전 날 저녁부터 공복 상태였기에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하는 청국장을 보니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청국장이 코 앞에 있는데도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식욕을 돋우는 냄새에 청국장을 한 술 떠 먹어보니 입안을 가득 채우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솥밥을 먹을 때 뜨끈한 숭늉을 만들거나, 바닥에 눌어 붙은 누룽지를 긁어 먹는 것도 별미 중 하나라서 ,우선 솥에 있는 밥을 대접에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놓는다.
밥과 청국장을 따로 먹는 것도 좋지만,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고사리 볶음, 상추 무침, 시금치 등을 넣고 넣고 청국장 몇 수저 떠서 쓱~쓱 비벼 먹어도 좋을 듯한데
마음이 급해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을 한 국자 덜어 윤기 흐르는 흰 쌀밥에 청국장 국물이 듬뿍 밴 두부를 넣고 대충 비벼 입에 넣었다.
MSG를 비롯한 인공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음식점이 거의 없다지만, 인공조미료 싫어하는 내 입맛을 사로 잡을 정도로 조미료 맛 대신 순하고 깔끔한 청국장 맛에 엄지 척이 나온다.
콩이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아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의 입맛도 사로잡을 것 같은 맛이다.
ㅋㅋ 수육은 안시켰는데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수육이 밑반찬으로 나와 놀랐다.
메인급으로 나온 수육과 단짠단짠한 코다리찜은 밥하고 먹어도 좋지만 막걸리를 부르는 맛이다.
밥도둑이란 애칭을 가진 매콤하고 달큰한 양념게장도 있다.
양념게장을 윤기 자르르한 흰쌀밥과 함께 먹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 뚝딱하게 만드는 맛이다.
3인분 같은 2인분을 언제 다 먹지? 하면서도 어느새 숟가락은 밥 한 그릇 다 먹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들어 낸 구수한 (숭늉) 누룽지를 향하고 있다.
솥에서 알맞게 불어난 누룽지는 다른 반찬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리필한 상추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밥 한 솥을 제대로 다 먹은 느낌이 든다.
주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식당 주방장이 식당을 망하게 하려고 무조건 손님들에게 음식을 퍼줬는데 주방장의 바람대로 식당은 망하지 않고 매상이 크게 올라 사장은
돈방석에 앉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퍼주는 식당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원진노기순청국장집은 맛은 두말할 것 도 없고 음식 양도 넉넉하다.
이 많은 음식 앞에서 오늘도 나의 위대함이 발휘되어 깨끗하게 한 상 비웠다.
▲ 내돈내산 증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도 사랑하는 짝꿍과 맛있는 음식을 먹어 행복하고, 평상시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지만 식당에서 식사 후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한 커피에
또 한번 행복이 달달해진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쌀쌀한 날씨에 마음까지 추운 날, 엄마가 차려주는 집 밥이 그리울 때 공주 원진노기순청국장에 들러보면 어떨까.
원진노기순청국장
○ 충남 공주시 백미고을길 6 (1층)
○ 주차정보: 식당앞에 5~6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전용주차장있고, 바로 근처 두곳에 공용주차장(무료)있음
○ 주변여행정보: 식당 앞이 공산성이라 식후 산책하기 좋음
※ 방문일시: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