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서원에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위치한 충현서원을 다녀왔다.

충현서원은 공주지역의 사림 형성 과정과 사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충청남도에 세워진 최초의 서원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충청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곳이다.

충현서원은 다른 서원들과 다르게 마을의 중심부 (반포면 소재지)에 자리하고 있다.

붉은색 주칠을 하여 귀신과 액운을 물리친다는 풍속적 의미를 담고 있는 홍살문과 아무리 지체 높은 사람도 홍살문 앞에서 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라는 의미의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논산에 있는 돈암서원처럼 큰 규모의 서원을 생각한건 아니었지만 아담함에 한번 놀라고, 서원 마당에선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느껴져 또 한번 놀랐다.

홍살문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론 강당, 홍살문과 삼문 사이 충현서원 사적비, 충현서원 사실 및 우암 송선생 추향기 등이 있다.

현재의 충현서원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사당이 복원되면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훼철되기 이전에는 사당, 신문, 강당, 진수재, 천이재, 재실, 전사실, 직사, 홍전문 등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사당과 신문(삼문), 강당, 수직사가 복원되어 있으며, 뒷면에 신문을 두고 사당을 배치하였으며, 앞면에 강당을 사당과 직각 방향으로 배치한 ‘전학후묘’식 구조를 하고 있다.

먼 길 왔는데 삼문이 굳게 닫혀있어 실망한 마음에 한참을 서성이다 운 좋게 충현서원을 관리하는 어르신을 만나 내부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삼문을 통해 서원 마당에 들어서니 멋스런 흙담과 단풍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액서원이란 국가의 승인을 받은 사립학교를 의미하며 사액서원으로 지정받으면 토지, 서적, 노비 등을 지원받고 면세와 면역의 특권까지 부여받았다.

하지만 충현서원은 논산 연산의 돈암서원이 사액받기까지 지역의 사액서원으로 군림했으며,16~17세기에 호서사림을 이끌었던 명망 높은 곳이란다.

돈암서원이 사계 김장생을 제향한 서원이라면, 충현서원은 주자를 주벽으로 모시고 있는 서원이다.

(어르신께서 사당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고 서원의 유래와 역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충현서원은 가운데 주자를 모시고 좌.우로 조헌, 김장생, 송준길, 송시열 선생 등 8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해마다 음력 3월과 9월 중정일에 제향을 지낸다고 한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한때는 역사박물관이나 서원들을 대충 둘러보는 것에 익숙했는데,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부터 누군가가 부연설명을 해주면 

역사의 한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충현서원에는 좀 특이하게 단풍나무만 심어져 있다.

붉은 가을빛을 선사하는 나무는 서원이 세워질 때 심어졌다고 하는데 한눈에도 노거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즐거움이 사라지는 가을 단풍놀이를 우리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서원에서 즐길줄이야~~

불타오르는 듯한 단풍나무 아홉그루가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고 입소문을 탔는지 가을이 내려앉은 충현서원을 만나러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한다.

곱게 물들어 눈이 부신 단풍나무 가지들이 담장 밖으로 축축 늘어져 운치를 더하고 있고, 낙엽 또한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바닥에 넓게 흩어져 있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아보는 가을의 호사도 누릴수 있다.

어디라도 훌쩍 떠나지 않으면 억울한 생각이 드는 짧은 가을을 충현서원에서 만끽하고 충현 연서회 회원전이 열리고 있는 강당으로 발길을 돌려보았다.

회원들이 출품한 수준 높은 작품은 해서, 예서, 한글, 문인화 등이 전시되어있는데, 충현 연서회는 잊혀져가는 서예문화를 계승 보전키 위한 목적으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충현서원에서 공간을 마련해주어, 자투리 시간을 아껴 서예 연마에 매진하고 있단다.

단풍구경하러 왔다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서예 작품 감상까지...

충현서원은 크지는 않지만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특별한 단풍놀이 명소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해 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찾는 이들에게 만족을 선사하는 곳이다.

가을이 아직은 전부 지나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면 마음에 추억 한 컷 담아두러 공주 반포면에 있는 충현서원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충현서원

○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장터길 28-6

○ 서원 앞 공용주차장 있음

 * 방문일: 24.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