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천사에서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산자락에 자리한 불교 성지를 찾곤 하는데, 오늘은 예산군 향천사에서 출발하여 탈해사까지의 불교 순례길을 소개 드립니다.
<이 길은 불교 순례길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개인 생각으로 불교 순례길이라 이름하였으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길
길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무형의 길과 목적지를 찾아가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길이 있다고 한다.
그 길 중에 사람들은 옳은 길로만 갈 수 없었기에,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방법의 하나로 고행을 자처하였고, 그중 성인들의 행적을 따라 길을 걸으며 자신을 수양하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가 걷는 많은 순례길에는 선인(先人)들의 땀, 눈물, 피, 그리고 정신이 배어있는 길이라 하겠다.
▲ 금오산 향천사 (일주문)
일주문은 '마음을 가다듬고 한마음으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둥이 한 줄이기 때문에 일주문이라 한다.
▲ 향천사
향천사는 652년 백제의 고승 의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의각대사는 당나라에서 공부한 후 귀국하였는데 마땅한 절터를 잡지 못하던 중 금까마귀 한 쌍이 날아와 산 아래 향기 가득한 샘물을 알려주고 사라졌는데, 그 일을 따라서 산의 이름을 금오산(金烏山)이라 하였고, 절 이름을 향천사(香泉寺)라 하였다.
향천사를 시작으로 금오산 일대에는 불교 관련 많은 전각과 타라암(현 탈해사) 등 5개의 암자가 들어서면서 호서 제일의 명찰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 향천사에서 탈해사로 향하는 불교 순례길 입구
향천사 종각 우측으로 내려가면 탈해사로 향하는 입구를 만날 수 있다.
향천사에서 탈해사까지는 편도 약 3.4km로 90분 정도 소요되고 등산화, 배낭, 간식과 물, 등산스틱을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왕복하기를 추천한다.
<불의의 상황에는 탈해사가 해발 330m 정도에 위치함으로 산길 임도를 따라 1.6km를 내려와 아래 주차장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첫 이정표
코스는 '향천사~첫 이정표(금오산 방향)~토성산 방향~탈해사 방향~ 용굴봉 정상~ 탈해사' 이며, 길은 뚜렷하나 초보자는 방향 잡기에 난해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 탈해사 가는 길
향천사에서 탈해사를 가는 길은 등산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단순 걷는 길을 생각하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 난이도는 아니므로, 순례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고민을 생각하며 걷는다면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
▲ 쉼터
순례길이라고 고행만을 하기 위한 곳은 아니니, 쉼터에서 잠시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안전 난간
길도 잘 구분되고 안전 난간 및 계단 등의 설치물들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 걱정은 잠시 넣어 두고 걸어도 좋을 것이다.
▲ 이정표
향천사 출발 1.5 km 지점의 이정표에서 잠시 머뭇거렸는데, 탈해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의 방향과 거리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사진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진입하여야 탈해사를 향해 갈 수 있다. 탈해사까지의 거리가 1.9km 남아있는 지점이다. <이정표의 설치 위치를 조금 옮긴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멧돼지 목욕탕
길 한가운데 멧돼지 목욕탕이 있으며, 사진의 우측 빨간 원안에 멧돼지가 진흙 목욕을 한 뒤 문질렀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산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야생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는 방문객이고 그들이 그 산의 주인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 이정표
좌측 이정표에서 용굴봉 정상으로 향하기 바란다. 그렇게 500m를 오르내리면 우측 이정표를 만나게 되며, 쉬엄쉬엄 걸으면 이내 탈해사에 도착한다.
<좌측 이정표의 탈해사 방향(0.9km)는 돌아오는 길에 오려고 했지만, 주 등산로에서 만날 수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용굴봉 정상
용굴산 용굴봉 정상에 도착한다. (향천사 출발 2.6km 지점)
'용굴'의 명칭은 용틀임(용트림)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용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처음의 움직임을 말하며 그러한 형상의 산세를 표현했을 것이다.
▲ 신례원과 예당평야
용굴봉 정상을 내려오자 탁 트인 조망을 만날 수 있었는데, 신례원을 지나 뒤로 보이는 예당평야의 광활함이 백미이다. <맑은 날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 장수 턱걸이바위
탈해사 직전에 만날 수 있는 장수 턱걸이바위의 애틋한 순애보가 전한다.
▲ 장수 턱걸이바위
옛날 탈해사에 도승 한 분이 살았는데, 인근 주민이 딸을 절의 공양주로 보내 스님의 수도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산에서 무술을 연마하던 장수가 그 공양주 처녀에게 반하여 스님께 말씀드렸고, 절벽 바위에서 턱걸이 100개를 하면 허락하겠다는 말에 턱걸이를 시작하였는데, 99번을 하고 힘이 빠져 100번째를 채우지 못한 장수는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전설이 전하며, 이에 장수 턱걸이바위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 안내문 요약 -
▲ 탈해사 (예산군 누리집에서)
탈해사는 용굴산(구 용비산)자락 8부 능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각대사가 향천사를 창건한 후 세운 5개의 암자 중 최초인 용비산 용비봉 아래에 타라암을 세웠는데,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타라암을 멸운스님이 법당을 세우면서 탈해사라 하였고 중생교화에 힘을 쏟았으나,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에 명맥만 이어오다가,
▲ 탈해사 (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의 말사)
1975년 이종학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아 수행정진하면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극락전을 시작으로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종학 스님은 불사에 필요한 자재를 산 아래에서부터 손수 지게로 운반하였다고 하여 '지게 스님'으로도 널리 알려졌으며, 탈해사는 쌀 기부등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 귀로(歸路)
구순을 넘긴 지게 스님께서 처음 탈해사에 주지 소임을 맡은지 30년이 지난 후 소회를 남긴 듯한 글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제 필자도 다시 향천사로 돌아가는 길(歸路)을 시작한다.
향천사에서 탈해사로 가는 동안에는 길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앞섰으나, 다시 향천사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여유가 생기자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길은 등산이라 해도 좋고, 나만의 의미를 담아 걷는다면 더 좋은 기회로 와닿을 수 있는 길이라 하겠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11월에 불교 순례길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 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끝으로 소개를 마칩니다.
<탈해사에서 길 가는 방문객에게 청하여 차 한 잔과 좋은 말씀으로 시간을 할애해 주신 종학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향천사 주차장
○ 주소 : 충남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303
○ 코스 : 향천사 ~ 용굴산(용굴봉) ~ 탈해사 ~ 향천사 (6.8km)
○ 관람 : 연중(무료)
○ 주차 : 무료
○ 준비물 : 등산화 및 스틱, 물, 간식
* 방문일 : 2024년 10월 24일